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의 생명을 상징하는 부활 달걀
해마다 주님 부활 대축일이 되면,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하하며 달걀을 예쁘게 장식하고 선물로 주고받습니다. 달걀은 겉으로 죽은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태어날 생명이 깃들어 있기에, 생명과 다산(多産) 그리고 풍요(豐饒)를 의미합니다. 또한 겨울이 지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도 상징합니다.
아름답게 장식된 달걀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더욱 기쁘게 맞이하도록 축제의 분위기를 돋웁니다. 본래 부활 달걀은 승리의 색, 곧 ‘죽음을 이겨낸 새 삶’을 뜻하는 붉은 색으로 장식되었습니다.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처음으로 달걀에 색을 칠한 건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였습니다. 달걀을 주고받는 관습은 17세기 수도원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부터 사순 시기에 많은 그리스도인, 특히 수도자들은 보속의 정신으로 고기뿐 아니라 생선과 달걀도 먹지 않았습니다. 오직 빵과 마른 채소로만 식사를 했습니다. 그러다 주님 부활 대축일이 되면, 오믈렛이나 반숙으로 익힌 달걀을 맛보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한편, 이 계절에는 달걀이 귀해서 부유층만 먹을 수 있었는데, 신자들도 대축일의 아침에는 달걀 요리를 먹을 수 있었기에, 부활의 기쁨을 더 크게 나누고자 달걀을 주고받는 풍습이 생겨난 것입니다. 최근에는 파스카 양(羊)의 모양으로 만든 과자나 떡을 선물하기도 하는데, 부활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좋은 방법입니다.
부활 달걀을 축복하는 기도는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기도하는데, 이 기도문의 내용을 통해 부활 달걀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주님, 이 달걀을 축복하시어 당신 자녀들을 위한 유익한 음식이 되게 하시고, 저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부활의 영광에 즐거이 참여하게 하소서.”
“하느님,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의 어둠을 물리치며 돌무덤을 깨고 다시 살아나신 이 밤(날)에, 저희가 부활을 기뻐하며 정성스럽게 마련한 이 달걀에 축복하시고, 이 달걀을 나누는 이들에게 부활의 기쁨을 더해 주소서.”
부활 달걀과 함께 오늘 대축일의 기쁨을 풍성하게 나누시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2024년 3월 31일(나해) 주님 부활 대축일 의정부주보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