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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기도를 마칠 때 우리는 “천주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고 하지 “성령을 통하여 비나이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가톨릭 교회가 전례의 기도를 아무런 이유 없이 이렇게 끝마치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가 이렇게 하는 것은 성서에 나오는 그 신비 즉 “인간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중재자가 되시고” “멜기세덱의 직분을 잇는 영원한 사제가” 되신 그 신비 때문입니다. 사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피를 가지시고 인간이 하늘의 참 성소를 본떠서 만든 지상의 성소에 들어가신 것이 아니라 바로 그 하늘의 성소에 들어가시어 하느님의 오른편에 계시면서 우리를 위하여 기도하십니다.

사도는 그분이 받은 사제직의 위엄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예수의 이름으로 언제나 하느님께 찬미의 제사를 드립시다. 하느님의 이름을 우리의 입으로 찬양합시다.” 하느님의 원수였던 우리가 그분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하느님과 화해하고 그분을 통하여 찬미와 제사와 기도를 바칩니다. 우리를 위하여 희생 제물이 되신 그리스도를 통하여서만 우리의 제사가 하느님의 마음에 드시는 제사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베드로 사도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여러분도 신령한 집을 짓는 데 쓰일 산 돌이 되십시오. 그리고 거룩한 사제가 되어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만한 신령한 제사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드리십시오.”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를 바칠 때 그 기도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는 말로 끝맺어지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성서가 사제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님의 육화 신비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닙니까? 이 육화 신비를 통하여 하느님의 아드님은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당신의 것을 다 내어 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셨습니다.” 즉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죽기까지 순종하시고,” 아버지와 함께하는 그 신성을 잃지 않으시지만 당신 자신을 낮추시고 “천사들보다 낮은 위치를 가지셨습니다.” 아드님께서는 아버지와 동일한 본질을 가지시면서 이렇게 당신 자신을 낮추시는 것은 사람과 같이 되시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분이 당신의 것을 다 내어 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셨을 때 당신 자신을 낮추신 것입니다. 그분이 당신 자신을 낮추시는 것은 당신의 것을 다 내어 놓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것을 다 내어 놓는 것은 종의 신분을 취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으신 하느님의 외아들 그리스도께도 아버지께 바치는 똑같은 제사를 바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사제가 되심으로써 우리는 그분을 통하여 거룩하고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산 제물을 바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먼저 우리를 위해 희생 제물이 되지 않으셨다면 우리가 그분을 희생 제물로 바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인성은 구원을 가져다 주는 참된 제물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우리 기도를 영원한 사제이신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바친다고 확언할 때 그분 안에 우리의 인간 육신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대사제는 누구나 사람들 가운데서 뽑혀서 사람들을 대표하여 하느님을 섬기는 일을 맡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대사제는 속죄를 위해서 예물과 희생 제물을 바치는 것입니다.”라고 사도는 말합니다.

기도를 마칠 때 우리는 또 “성부와 성령과 함께 세세에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천주 성자”라고 부릅니다. 이런 말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동일한 신성을 가지고 계시다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성부와 성령과 함께 동일한 신성을 가지신 성자와 우리를 위해서 사제직을 수행하시는 분이 같은 그리스도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루스페의 성 풀젠시우스 주교의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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